[동아일보 이호재 기자]
지난달 중순 기자 앞으로 한 권의 책이 배송됐다. 흰색 표지의 가제본이었다. 표지엔 제목 ‘딜리터: 사라지게 해드립니다’와 출판사 ‘자이언트북스’만 써 있었다. 책날개를 펼쳐도 누가 저자인지, 어떤 작품인지 설명조차 없었다. 책을 열었다가 홀린 듯 빠져 읽기 시작했다. 누가 쓴 책일까 궁금증이 치밀었다.
추리를 시작했다. 먼저 자이언트북스가 작가 매니지먼트 업체 블러썸크리에이티브가 운영하는 출판사라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. 김영하, 김중혁, 박상영, 김금희, 배명훈, 편혜영 등 블러썸크리에이티브 소속 작가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. 짜임새 있는 구조, 흡인력 높은 문장을 보면 신인 작가는 아닌 듯했다. 문득 최근 장편소설을 완성했다던 한 중견 작가가 생각났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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